2025년, 벤틀리가 달라졌다. 고급차 브랜드의 대명사였던 그 이름은 이제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품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벤틀리라고 하면 크고 묵직한 W12 엔진, 럭셔리한 실내, 무게감 있는 브랜드 이미지 정도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 벤틀리는 꽤나 과감하고 전략적인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브랜드가 바뀌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본질은 그대로인데 방식만 미래형으로 바뀐 느낌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벤틀리의 최신 모델, 전동화 전략, 벤틀리만의 감성적인 요소, 그리고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해할 법한 부분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브랜드가 지닌 고급스러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운전자 입장에서 벤틀리가 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지를 풀어보려 한다.



지금 벤틀리는 하이브리드다
사실 고급차 브랜드 중에서 전동화에 가장 느렸던 브랜드 중 하나가 벤틀리였다. 아무래도 오랜 전통을 지닌 브랜드이다 보니 신기술을 도입하는 속도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벤틀리는 핵심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더 이상 W12 엔진은 생산하지 않고, 대부분의 주력 모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금 판매 중인 벤틀리 모델 중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컨티넨탈 GT와 GTC, 플라잉스퍼, 벤테이가 같은 모델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기 모터와 V8 엔진을 조합한 형태다. 단순히 연비 개선이나 배출가스 절감을 위한 수준이 아니라, 전기모터의 토크를 이용해 퍼포먼스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782마력이라는 어마어마한 출력을 자랑하는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2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 속도는 335km/h로 스포츠카 못지않은 성능이다. 이 모든 게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기 모터가 단순히 친환경적이라는 것보다도 ‘운전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이다. 즉각적인 반응, 부드러운 변속, 고요한 시동… 예전 벤틀리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가능해졌다.
전기차로 가는 길, 벤틀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벤틀리는 2026년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브랜드 자체의 전동화 전략을 보면 꽤나 현실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갑자기 모든 걸 바꾸기보다는, 현재는 하이브리드를 통해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완전 전기차로 넘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략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뢰감을 준다.
2025년 현재 벤틀리의 목표는 2035년까지 전체 라인업을 100%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도 친환경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크루에 있는 벤틀리 본사는 2017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왔고, 2024년 기준으로 탄소중립 인증까지 받았다.
자동차는 단지 이동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벤틀리의 전동화는 단순히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이상이다. 기존의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느껴진다.



실내는 여전히 ‘움직이는 미술관’
많은 분들이 벤틀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실내’다. 가죽, 나무, 금속, 조명… 모든 것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고, 이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벤틀리는 여전히 예술 작품 같은 자동차다.
벤틀리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로테이팅 디스플레이’는 실내 경험을 한층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평소에는 고급 베니어 패널처럼 보이지만, 버튼 하나로 디지털 스크린이 회전하며 나타난다. 운전할 땐 디지털 화면으로, 휴식할 땐 클래식한 인테리어로 변신하는 이 기능은 벤틀리만의 감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시트를 비롯한 내부 가죽 마감은 단순한 고급 소재의 집합이 아니라, 기능성까지 고려해 설계됐다. 예를 들어 플라잉스퍼 EWB 모델의 ‘에어라인 시트’는 자동으로 온도, 습도, 압력 등을 조절하며 장시간 탑승 시 피로를 줄여주는 기능이 들어 있다. 이건 정말로 “뒷좌석에서 쉬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는 느낌을 준다.
벤테이가 EWB는 SUV의 끝판왕일까?
벤틀리가 만든 SUV 벤테이가는 출시 초기엔 “과연 SUV로서 벤틀리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타본 이들의 후기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특히 휠베이스를 늘려 뒷좌석 공간을 극대화한 EWB 모델은, “SUV로 만들어진 최고급 세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벤테이가 EWB는 운전석보다 뒷좌석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탑승자의 체온, 습도 등을 자동 감지해서 좌석 환경을 조절해주는 ‘오토 클라이밋’ 기능과, 3시간에 걸쳐 미세하게 자세를 바꿔주는 ‘포스춰럴 어드저스트’ 시스템은 장거리 이동에도 피로감을 최소화해준다.
SUV의 활용성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실내는 벤틀리만의 품격을 유지한 셈이다. 비즈니스 이동, 가족 여행, 골프장 이동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만의 벤틀리를 만들 수 있다? Mulliner의 존재감
벤틀리의 특별함은 단순히 ‘기본 옵션이 좋아서’ 끝나지 않는다. 이 브랜드에는 ‘멀리너(Mulliner)’라는 맞춤 제작 부서가 존재한다. 고객이 원하는 외장 컬러, 실내 마감, 금속 장식, 핀 스트라이프까지 모두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다.
심지어는 고객의 반려동물을 위한 시트 커버,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오르간 스톱 버튼, 전용 와인 보관함 등 상상 이상의 맞춤형 옵션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자동차라기보단 하나의 예술 작품에 가까운 느낌이다.
한정판 모델 역시 Mulliner에서 제작되며, 소장 가치를 고려한 모델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바투르’나 ‘바투르 컨버터블’ 같은 모델은 단 몇 대만 한정 생산돼, 향후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벤틀리는 여전히 ‘꿈의 차’인가?
그렇다. 단지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벤틀리는 자동차를 사는 게 아니라 ‘경험’을 사는 브랜드다. 단순히 빠르고, 고급스럽고, 멋지다는 것을 넘어, 타는 사람의 삶의 방식 자체를 반영하는 브랜드가 바로 벤틀리다.
2025년 현재, 벤틀리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아주 뚜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럭셔리의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기술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아직 전기차 시대의 벤틀리를 본격적으로 만나보려면 1~2년은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지금의 하이브리드 모델들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벤틀리’를 경험할 수 있다. W12 시대는 저물었지만, 벤틀리의 진가는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되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