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 vs 열성, 유전 형질의 비밀을 쉽게 풀어보자

우리 가족 중에 유난히 눈이 큰 사람이 있거나, 쌍꺼풀이 꼭 유전되는 집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혹은 누군가는 부모 모두가 곱슬머리인데 본인은 직모로 태어났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의 배경에는 ‘유전 형질’이라는 개념이 있고, 그 핵심에는 ‘우성(dominant)’과 ‘열성(recessive)’이라는 유전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전학의 아주 기본이자 핵심 개념인 ‘우성과 열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드릴게요.


유전 형질이란 무엇일까?

유전 형질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통해 세대 간에 전달되는 특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눈 색, 머리카락 색, 키, 혈액형, 질병에 대한 감수성 등은 모두 유전 형질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형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조합에 따라 결정되며, 이때 유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해주는 개념이 바로 우성열성입니다.


멘델의 완두콩 실험, 우성과 열성의 출발점

우성과 열성 개념은 19세기 과학자 그레고어 멘델의 완두콩 실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멘델은 완두콩의 씨 색깔, 꽃 색깔, 꼬투리 모양 등 다양한 형질을 교배하면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게 되죠.

예를 들어 노란 씨앗과 초록 씨앗을 교배했을 때, 자식 세대에서 전부 노란 씨앗만 나오지만, 그 자손들을 다시 교배하자 일부 초록 씨앗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멘델은 이 현상을 보고 한 가지 형질이 다른 형질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우성’이라 명명했습니다. 반대로, 가려졌지만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 나타날 수 있는 형질을 ‘열성’이라 했습니다.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차이

유전 형질을 이해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 유전자형(Genotype): 유전자의 구성. 즉,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가.
  • 표현형(Phenotype): 겉으로 나타나는 특성. 즉,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

예를 들어, 쌍꺼풀이 우성이고 무쌍꺼풀이 열성이라고 할 때,
누군가가 쌍꺼풀을 가졌다면 그 사람의 유전자형은 다음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 우성/우성 (쌍꺼풀 유전자 2개)
  • 우성/열성 (쌍꺼풀+무쌍꺼풀 유전자)

두 경우 모두 쌍꺼풀이라는 표현형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자녀는 무쌍꺼풀 유전자를 물려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성과 열성은 ‘세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성이니까 더 강하고, 열성은 약한 유전자다’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과 다릅니다.

우성과 열성의 개념은 ‘세기’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발현 여부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 갈색 눈은 파란 눈보다 우성이지만,
  • 파란 눈이 더 드물고 아름답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한,

  • 유전 질환 중 일부는 열성 유전으로 나타나며,
  • 오히려 우성 유전 질환이 더 심각한 경우도 많습니다.

즉, 우성이라는 말은 ‘항상 나타난다’는 뜻일 뿐, 절대 더 강하다거나 더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우성/열성 형질 예시

형질 구분우성 형질열성 형질
눈 색갈색파란색
쌍꺼풀 유무있음없음
머리카락 곱슬곱슬머리직모
혈액형A, BO
유전 질환헌팅턴병 (우성)낭포성 섬유증 (열성)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질이 우성과 열성의 원리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성과 열성 유전자 조합: 예시로 익히기

완두콩 씨앗 색에 관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노란 씨앗(Y)이 초록 씨앗(y)보다 우성일 때:

  • YY → 노란 씨앗 (우성/우성)
  • Yy → 노란 씨앗 (우성/열성)
  • yy → 초록 씨앗 (열성/열성)

즉, 열성 형질이 나타나기 위해선 해당 유전자가 두 개 모두 열성일 때만 가능합니다.


혼합 유전은 또 다른 이야기

우성과 열성 외에도 유전에는 ‘불완전 우성’, ‘공우성’ 같은 개념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 붉은 꽃(R)과 흰 꽃(W)을 교배했더니 분홍 꽃이 나오면? → 불완전 우성
  • 혈액형 A와 B를 모두 가지면 AB형이 되면? → 공우성

하지만 이 글에서는 기본 개념인 ‘전형적인 우성과 열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혼합 유전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유전 형질은 왜 중요한가?

단순히 눈 색이나 키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유전 형질은 건강, 질병 발생 위험, 대사 효율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카페인에 민감할 수 있고,
  • 일부는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며,
  • 어떤 유전자는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즉, 개인의 유전 정보를 통해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우성과 열성이라는 개념은 유전학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이해를 잘 해두면 이후에 배우는 유전자 질환, 가계도 분석, X염색체 유전 등도 한결 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우성은 열성을 ‘가리는’ 개념이지, 더 강하다는 뜻이 아님
  • 열성 형질이 나타나려면 같은 유전자가 두 개 있어야 함
  • 유전자형과 표현형은 구별해서 이해해야 함
  •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우성/열성 형질을 확인할 수 있음